이젠 지겨운 감도 있지만, 다시 애플 이야기로 시작한다. "성공한 제품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애플의 실패한 제품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아이폰은 갑작스럽게
애플에서 튀어나와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5년도에 모바일 폰 제조 경험이 없었던 애플이 모토롤라와 손을 잡고 아이팟과
모바일폰을 융합한 ROKR E1이라는 폰을 출시했고, 처참하게 실패했던 스토리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E1의 실패로 애플이 모바일 폰 시장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더 과거를
살펴보면, 1990년 중반 손바닥만한 컴퓨터를 통해 자잘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PDA 시장을 뉴튼이라는 제품으로 처음 개척했던 애플이 결국
변변찮은 매출을 거듭하다 초라하게 시장에서 물러난 사례도 있다. 애플이 뉴튼을 포기하였을 때 애플이 PDA 시장을 수년간 지배할 제품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 후 애플은
E1의 실패를 경험삼아 모바일폰 개발의 주도권을 통신사가 아닌 애플이 쥐는 것을 지상과제로 하여 통신사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만들어냈다.
또한 단순히 음악이 되는 모바일폰이 아닌, 뉴튼의 실패를 통해 얻어진 경험을 살려 PDA와 아이팟 그리고 모바일폰의 융합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물인
아이폰이 처참한 실패를 맛봤던 PDA 및 모바일폰 시장에서 애플에게 승리를 가져다주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엔 구글의 이야기다. 지난 5년간 구글은 자사의 직원에게 근무 시간의 20%에 대해서는 각자 원하는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추진하도록 허용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구글의 뛰어난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황당하고 장난같은 아이디어들로 시간을 보내지만, 그 중 일부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구글 뉴스, 애드센스, 오르쿠트, 구글 어스 처럼 구글의 간판 서비스로 자라나기도 한다. 새로운 서비스들이 계속적으로 투입되면서 검색으로 출발했던 구글은 이제 전방위적인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닌텐도다. 널리 알려진대로 닌텐도는 1889년 부터 화투를 생산하던 작은 기업이었다. 화투 사업만으로는 영세성을 면치 못하기에 택시,
러브호텔 체인, 인스턴트 식품 등 여러 분야에 도전하였지만 모두 실패하였다. 존폐위기의 닌텐도를 구했던 것은 다름아닌 하급 기계 수리공이였던 요코이
군페이가 여가 시간 동안 만든 '울트라핸드'라는 집게 손 장난감이었다. 울트라핸드를 통해 성공적으로 장난감 업계에 진입한 닌텐도는 이후 게임 산업에
뛰어들어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여 지금은 세계 최고의 게임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컴퓨터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휴리스틱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있다. 휴리스틱 알고리즘은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을 짧은 시간에 풀기 위해 정답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는 방향으로 일단 가보는 방식을 말한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조직이 취해야할 전략에 대한 정답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만큼
어렵다. 이에 대한 휴리스틱 접근법으로 대부분의 조직들은 단기 목표들을 세워두고 최소의 자원과 시간을 사용하여 그 단기 목표들을 달성하는 전략을
택한다. 이러한 전략에서 조직은 구성원의 실패나 장난을 허용할 여유가 없다. 실패나 장난으로 인해 낭비되는 자원은 단기 목표의 달성 실패와 직결된다.
휴리스틱 알고리즘의
약점은 이러한 단기적 목표들의 달성이 항상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단기적인 성과가 미진하거나 실패를 거듭한 조직
또는 구성원을 축출하고 총력을 기울여 단기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돌진하는 것은 일견 성공의 지름길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환경과 단기
목표와의 괴리, 방향성 없는 단기 목표들의 설정 등으로 인해 전투에서 성공하고 전쟁에서 패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비극적 결말을 피하기 위해 조직은 끊임 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더 나아가 생존에 적합하도록 환경을 바꾸어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혁신과 변화의 원동력이 바로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도전과 실패를 통한 경험이다. 혁신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애플과 구글 그리고 닌텐도의 예처럼, 황당한 시도라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여겨 높게 평가하는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우리의 조직들에게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줄 뿐 아니라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울산제일일보 두번째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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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에서 정재승교수 글을 보니까 애플과 구글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짙던데.. 그런쪽으로 포스팅한번 해줄 생각은 없는지?
성자필쇠. 우려 되는 바는 있지만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 두 번 연속 애플에 대해 써서 다음 컬럼은 웹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쓰려고 해. 좀 시간이 지난 뒤에 애플에 대한 우려에 대해 써볼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