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궁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그, 페르미, 플랑크 등, 80년대 유년 시절을 보냈던 꿈많은 아이들에게 물리학은 근대 물리학을 개척했던 영웅들의 이야기가 넘치는 모험과 도전의 땅으로 보였다. 이 세상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질서의 근본을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물리학을 공부하러 KAIST로 떠났으나, 정작 나만의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 컴퓨터공학, 그 안에서도 운영체제와 시스템 소프트웨어에 몰입하게 되었고, 훗날 대학원을 거쳐 박사학위까지 시스템소프트웨어 연구로 받게 되었다.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Windows나 Android 또는 Mac OS 등의 잘 알려진 운영체제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컴퓨터가 모여 엄청난 양의 계산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클라우드나 클러스터 컴퓨팅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하나의 컴퓨터에서 여러 가상의 컴퓨터를 실행하는 가상화 소프트웨어까지 하드웨어와 응용프로그램을 엮어주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매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화려하지도 않고 직접 돈을 버는 것도 아닌 무대 뒤의 연출자 같은 역할을 하는 분야이다.

이 세상의 흐름을 적은 수의 물리법칙들이 지배한다면, 아무리 복잡한 컴퓨터라도 시스템소프트웨어가 정하는 간단한 원리에 의해서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시스템소프트웨어의 아주 작은 비효율도 크나큰 성능 손실로 이어진다. 1초에 1백억번의 판단을 내리는 최신 프로세서에서 운영체제가 1%만 비효율적이어도 1시간이면 3600억번의 계산을 놓치게 되는 것이니 실로 엄청난 손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시스템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시스템을 움직이는 원리의 효율성에 대해 집요하게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성능 향상은 일반적으로 전력 소비량의 증가를 동반하게 된다. 결국 빠르게 발전해온 하드웨어 성능으로 인해 2000년대 후반이 되면서 컴퓨터시스템은 전세계 항공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더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생산하는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따라서 시스템소프트웨어 공학자들은 계산의 고성능만을 추구하던 시대에서 고효율-고성능을 모두 노려야하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있다. 실제로 최신 서버들에서는 효과적인 시스템소프트웨어의 도입을 통해 50% 이상의 에너지 소비를 절감할 수 있다.

UNIST에 있는 우리 연구실은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차세대 클라우드 시스템과 전력효율이 좋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높아진 전력 소비로 인한 성능 향상의 벽을 뛰어 넘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절감한다는 점에서 인류와 환경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보람으로 가득 차있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 운영체제들의 치열한 경쟁과 클라우드 시스템의 인기로 화려한 조명을 받게 되어 연구가 더욱 즐거워지고 있다.

- 과학동아 2010년 8월호 "1% 클래스" 기고문
저작자 표시
Posted by euiseong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