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궁

UNIST는 연구중심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현재, 국내의 주요 상위권 대학들은 모두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으며,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비단 국내의 사정만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유수의 대학들은 대부분 교육 보다는 연구에 집중하는 연구중심대학들이며, 더욱 높은 연구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중심대학에서 교수들은 연구와 교육 모두를 담당하게 되는데,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연구의 비중이 더 높다. 연구가 60이라면 교육은 40 정도의 비중으로 시간 및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명문대학 또는 우수한 대학이라면 교수가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좋은 대학일수록 교수가 한 학기에 맡는 강의의 수와 강의준비에 쓰는 시간이 적어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더 높은 수준의 연구실적을 요구 받는다.


대학의 주된 수요자인 학부생들에게는 이러한 사실이 잘 알려져있지 않다. 얼마전 모 국회의원이 시간강사와 전임교수의 단위 교육 시간당 비용을 따져 전임교수의 인건비가 십수배 비싸다는 논리를 펼친 것도, 연구가 교육보다 앞선 임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나온 주장이었다. 전임교수들의 근무시간의 상당부분은 연구에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교육시간당 임금으로만 따진다면 주요대학의 교수 인건비는 터무니 없이 높게 나온다.


이와 반대로 교수에게 연구보다는 교육의 의무를 더 많이 지우는 학교들은 교육중심대학이라 분류된다. 교육중심대학에서 교수는 강의가 주된 임무이며, 대부분의 업무시간을 강의를 하거나 효과적인 강의를 위한 교수법과 강의교재의 개발 등으로 사용한다. 대학이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정의에 입각하여 외형적으로만 본다면 강의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대학이 학생들에게 더 유리하고, 사회적으로도 더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왜 좋은 대학일수록 교육이 아닌 연구를 강조하는 것일까? 또한,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최고의 대학들이라 꼽히는 곳들은 연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은 최근 대학을 취업사관학교 등으로 포장하거나, 취업에 도움이 안 되는 대학은 나쁜 대학이라는 시각과 이어져있다. 답을 먼저 말한다면, 대학의 목적이 단순히 생존을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 백년 전 서양에서 대학은 인류의 지식을 발전시키고 후대에 전하는 다소 사치스러운 목적을 위해 탄생했다. 이러한 명맥을 계속 이어온 것이 연구를 하고, 연구자를 양성하는 연구중심대학인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의 대부분 일자리들은 기존의 정형화된 지식만으로도 충분한 생산성을 얻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아울러 대학교육이 과거에 비해 대중화 되면서 정형화된 지식을 요구하는 수요자들을 위한 대학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이 대학, 특히 연구중심대학의 필요성과 존재의의를 바꿀 수는 없다. 지금 당장을 위해서는 현재 알려진 지식의 교육만으로 충분하지만,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후대에도 계속해서 인류의 지식을 발전시키고, 보존할 연구자들이 필요하며, 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연구중심대학인 것이다.


따라서, 비록 연구중심대학의 학생이라 할지라도 강의만 소극적으로 따라간다면, 정형화된 지식 전수에서 더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교육중심대학교의 교육에 비해 더 얻어가는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 밖의 영역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식을 탐구하고 흡수한다면, 매일매일 인류의 지식을 넓히는 최전선에서 일하는 연구자들의 경험과 지식 뿐만 아니라 먼 훗날 다음 세대의 연구자라는 사명까지도 물려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방법은 교수와 함께 연구를 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학교가 보유한 연구시설과 자원을 활용하여 교과서에는 없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될 수도 있으며, 교수나 동료들과 치열한 학문적 논쟁을 벌이고 함께 검증하는 것도 연구중심대학에서만 얻을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사회 역시 연구중심대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야 한다. 단순히 지식의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학원과 달리 대학은 인류의 지식을 넓히는 임무를 띄고 있으며, 미래에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후속세대를 양성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함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취업율과 등록금 등의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근시안적인 취업자 양성효과 뿐만 아니라 인류 및 사회 발전의 원동력을 키우기 위한 먼 미래를 보는 관점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울산매일 10월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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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u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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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음에 와 닿는 글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