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궁

최근 잠수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원래 비행기는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잠수함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는데요 (물을 무서워하는 관계로...) 나이가 드니 취향이 변하는지 언제부턴가 잠수함이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작년 봄에는 볼프강 히르쉬펠트의 The Secret Diary of U-Boat도 읽었을 정도지요. 저는 평생 전투잠수함에 탈 일도 없을텐데 말이지요 :)

예전에 소원 중 하나는 함상에서 발진하는 F-14 뒷좌석에 한 번 타보는 것이었는데, 만약 누가 오하이오급 잠수함에 하룻동안 타고 잠항을 해볼래 아니면 F-14를 탈래라고 물어본다면 심각하게 고민을 할 정도입니다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미합중국 대통령 정도 밖에 없겠군요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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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S Pampa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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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S Pampatino의 승조원 취침 공간>


아무튼 잠수함이라고는 제주도 앞바다에서 둥실 떠다니는 귀여운 노란 잠수정 밖에 타본 적이 없고, 군용 잠수함이라고는 퇴역해서 항구에 묶여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둥실둥실 떠있기만 하는  USS Pampatino (SS-383)와 뉴욕 앞바다에 같은 모양으로 떠있는 USS Growler (SSG-577) 밖에 없습니다. Pampatino는 2차 대전에 활약했던 노장이고, Growler는 50-60년대 냉전 시대의 유물입니다.
아무튼 두 잠수함에 들어가보면 잠수함 특유의 쇠냄새와 좁고 협소한 공간으로 답답하고 불쾌합니다. 하지만, 그게 수십 200m의 바다속에 들어가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바닷속을 조용히 누비며 사냥감을 찾는다는 것만으로 매력적인 물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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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S Growler의 선실, 조금 현대화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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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S Growler at Manhattan>


삶이 빡빡하면 책이나 영화로 빠져드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최근 선택과 해결을 필요로 하는 많은 문제들에 봉착하여 한 동안 잠수함 영화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그래봐야 크림슨 타이드, U-571, 붉은 10월과 Das Boot 이렇게 네편이지만 말이지요. 아, 잠수함 영화들은 하나 같이 명작이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위에 언급한 네편의 영화는 상업적으로나 작품면에서나 모두 호평을 받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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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son Tide의 배경 Ohio-Class 중 USS-Pennsylvania>


그 중 Das Boot는 이번에 처음으로 봤습니다. 감독판 DVD를 구입해서 봤지요. Das Boot는 독일어로 The boat라는 뜻으로 U-보트를 의미합니다. 1981년 독일에서 제작된 독일 영화입니다. 제작진들도 모두 독일인이고 대사도 모두 독일어지요. 예전부터 U-보트(2차 대전 중 맹활약한 독일의 잠수함)에 관한 영화 중 최고라는 평을 들어왔던 영화입니다, 포세이돈, 트로이, 에어포스원, 사선에서 등 선이 굵은 남성적인 액션 대작을 만들어왔던 볼프강 페터젠의 데뷰작이기도 합니다.

Das Boot는 젊은 선원들을 데리고 사지로 출격하는 한 함장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함장과 참모 그리고 젊은 장교들이지만 관찰자는 U-보트에 동승하게 된 종군기자입니다. 종군기자는 처음 승선을 결정하게 된 동기가 힘든 전투를 이겨내는 영웅의 모습을 찍기 위함이지요. 하지만 그곳에는 영웅이 아니라 애국심 또는 여러가지 이유로 순진하게 전쟁터로 내몰리고 죽음의 공포에 찌들어 처참한 몰골로 돌아오는 젊은이들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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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 Boot의 주인공 VII/C Type>


이 영화의 백미는 역시 후반부에 영국 구축함의 공격을 받는 장면입니다. 수심 250 m에서 숨을 죽이며 적의 폭뢰 공격이 시작되기를 기다립니다. 이 때, 적이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음파탐지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고, 모두들 긴장되게 기다리는 가운데 소위 핑(ping)이라고 불리는 소리는 사형 선고와 같이 잠수함 안에 울려퍼집니다. 실제로 잠수함에서 핑을 들으면, 물론 소나(sonar)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들리겠지만 공통적으로 함 전체에 울려퍼지는 핑~ 소리를 듣게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승조원들에게 크게 들리기 때문에 귀에 거슬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흔히 잠수함을 막강한 화력을 지닌 무서운 존재 정도로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 잠수함은 승냥이 정도의 존재입니다. 구축함이나 하다못해 톤수가 (함정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 자기에게 훨씬 미치지 못하는 전투함이라도 수상에서 맞짱을 뜨면 십중팔구 잠수함은 침몰입니다. 잠수함의 무서운 점은 화력이 아니라 자기의 존재를 들어내지 않고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이지요.

2차대전 당시 독일의 U-보트를 포함한 미국, 이탈리아, 영국, 일본의 잠수함들 사정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U-보트의 경우 당시 최신/최강의 잠수함들이었지만  2차 대전 중 위치가 발각되어 공격 당해 피해를 입은 753척 중 684척이 침몰했다는 것은 그리고 기간 중 U-보트에 탑승했던 4만명의 군인 중 3만명이 전사했다는 것은 U-보트가 공격에는 강했지만 수비에 있어서는 종잇장처럼 얇은 존재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 당시에는 원자력이 없었으므로 수중에서는 배터리만으로 동작했고, 산소 역시 부족해서 하루에서 이틀사이에 잠항을 끝내야 했습니다. 잠수함 전대의 사령관이었던 되니츠 제독의 말에 의하면 현대의 잠수함은 필요시에 부상하는 반면 그 당시 잠수함은 필요시에만 잠항을 하는 개념이었지요. 더군다나 잠수함의 형상이 유체역학과는 전혀 무관하게 설계 되었고 동력 역시 부족하여 잠항 중의 속도라는 것은 거의 기어다니는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핑 사운드가 들린다는 것은 위치가 파악된다는 것이고 그것은 그 당시 개념으로는 죽음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실제로 거의 침몰 지경의 폭뢰 공격을 당하게 되지요. 혹자의 말마따나 U-보트는 강철의 관이었습니다. 언제 벽이 갈라지고 물이 터져들어올지를 두렵게 바라보는 선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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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96 Emblem>

이 영화의 배경이 된 U-보트는 U-96함으로 VII/C 타입의 U-보트입니다. U-보트는 1차대전 처음 등장한 이후, 현대 잠수함의 모델이 되었지만 패전으로 빛을 보지 못한 XXI형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영화의 주인공인 VII/C형입니다. 실제로 U-96는 27척의 배를 침몰시키고 종전까지 살아남은 (영화와는 달리) 행운의 U-보트였습니다. 연합군 입장에서 보면 무차별 킬링머쉰이었지요. 참고로 U-571 영화의 주인공인 U-571 역시 VII/C 타입으로 5척의 배를 침몰 시키고 결국 오스트레일리아(오스트리아가 아닌) RAAF 소속 비행기의 폭뢰 공격으로 52명의 승조원과 함께 전사하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U-571이 전형적인 U-보트의 운명이었습니다.

Das Boot를 보면 전쟁 때문에 높은 전사율을 알면서도 U-보트에 타야했던 3만명의 영혼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잠수함은 정말 멋진 존재지만 그것이 쓰여서는 안되겠지요. 야심한 밤에 잠수함 생각이 나서 여기까지 횡설수설 적어봅니다. :)

Posted by eu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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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청비검 2007/04/16 14:00

    아... 나도 요새는 DVD좀 보고싶은데....
    좀 빌려줄 수 있으심?

  2.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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