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궁

결혼 후기

날적이 2006/09/11 15:55

지난 9월 3일 제 일생에서 태어나 죽는 것 다음으로 큰 이벤트인 결혼이 있었습니다. :)
와이프와 사귀게 된 것은 1월 중순이 지나서였고 곧 결혼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청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청혼에 성공한 뒤로 언제 결혼하는지에 대해 조율을 하다가 5월 초즈음에 가을에 하자는 결정을 내렸고, 결국 4주 훈련을 마친 뒤에 상견례를 시작으로 날짜를 잡고는 준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6월 22일부터 어제까지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Full-Time 결혼 준비생이 된 것 같더군요.
결혼준비를 하면서 느꼈던 생각인데 저의 경우 정말 거의 랩 일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일이 많았고 마지막날 밤까지도 동영상을 편집하는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신랑신부 모두 직장일을 하면서 결혼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저는 4주 훈련을 마친 뒤에 쉬는 날도 없이 서울/청주/대전을 오가며 결혼 준비를 하느라 살도 많이 빠지고 몸 상태도 나빠졌습니다. 그런데도 날짜가 정해져 있는 일이라 어떤 때에는 정말 이를 악물고 운전을 하고 다녔던 기억도 나네요.  집에 와서 쓰러지듯 잠든 것도 몇차례 있었지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은 보통 여자들이 주도하고 남자들은 따라다니면서 돈내주기라던가 의견 말하기 정도의 역할을 한다던데 저는 제 와이프에게 뭔가 특별한 결혼을 남겨주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그런 마음이 있겠지만 그래도 마음으로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약간은 스스로를 그리고 와이프를 달달 볶았지요. 예식장만 하더라도 많은 특급 호텔들을 대상으로 이것저것 따져보고 2박 3일만에 결정한 것입니다. 신혼여행지도 3일간 밤을 새가며 고민하다가 결국 쓰러진적도 있었지요. 사진 슬라이드부터 동영상 편집까지 많은 것을 준비한만큼 고생도 많더군요. 그래도 하객들이 재밌는 결혼식이었다고들 해주시니 그 동안의 고생이 모두 보람되게 느껴집니다.

선영이도 결혼 준비를 하는 동안 너무 힘들어 했는데, 보통 결혼 준비하다가 많이들 싸운다고 하는데 우리는 결혼 준비 기간 동안 기억나는게 두 번 정도 싸웠던가 싶을 정도로 서로 잘 참고 위로해왔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결혼 기간 내내 힘들었다 싸웠다고 할 때에는 오히려 우리는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부터도 힘든 기간이라고들 하던데 지금까지처럼 화목하게 잘 해나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

결혼식 당일에는 정말 정신이 없더군요. 마치 시간을 고속으로 감은 듯하게 지나간 하루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만 하더라도 과연 매끄럽게 잘 진행될까, 사람들은 각자 부탁한 일들을 차질 없이 진행해줄까, 나는 실수 없이 잘 할까, 선영이는 피곤하다고 했는데 쓰러지진 않을까 등등 세상의 온갖 걱정들을 다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긴장감을 모두 풀어주고 결혼식을 아무런 걱정을 못할 정도로 정신 없게 지나가게 해주신 분이 계시니...
바로 헬퍼 아줌마 OTZ... 제 턱시도를 바꿔오기도 하고 신부 옷을 삐딱하게 입히는 등 여러가지 기행으로 저희를 매우 정신 없게 해주는 바람에 제가 턱시도를 입고 손님을 맞을 때에는 이미 11시 40분. 곧 신랑 입장을 하게 되어 걱정이고 뭐고 할 틈도 없었답니다.  신부 역시 비슷한 처지였더랬지요.

아무튼 결혼식에서는 정신 없이 (기억도 잘 안 나요~) 지나가고 제 노래 부르는 순서가 왔을 때, 너무나 정신이 없으니 제가 뭘 하는지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고 (잘 했다고들 하대요~ ㅋㅋ) 퇴장을 해버렸습니다. 그 이후에도 사진 찍느라 왔다갔다하고 하다보니 하객들은 모두 돌아가고 썰렁한 예식장만 남았더군요.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오랫만에 보는 친구들을 보내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어쩄든 결혼은 끝나서 나머지 자잘한 일들을 처리한 뒤에 가족들을 보내고 곧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이 어찌나 홀가분한지. 하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정신이 없기도 하여 둘이 서로 "우리 결혼 끝난거 맞아?" "우리 결혼 한거 맞아?"라는 질문을 던져가며 인천공항까지 갔었더랬죠. ㅋㅋㅋ

이렇게해서 열심히 준비하였지만 결국 여러가지 일로 혼비백산했었던 저희들의 결혼이 끝났습니다.
참석한 하객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 말씀드립니다. 저와 와이프도 결혼식 자체를 재밌게 즐길 수 있었던 것들은 하객분들이 많이 와주셨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Posted by euiseong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사진을 너무 늦게 찍었다는 것을 빼면, 아주아주 훌륭한 결혼식이었습니다 :) 두분 앞으로도 행복하세요 !!!

    • ㅎㅎㅎ
      나름대로 사진을 일찍 찍기 위해 열심히 달렸건만 하객들을 오래 기다리게 했더군요. 쏘~쏘리~
      요즘 정말 바쁘실텐데 와주어서 매우 땡스해요 정석이형~

  2. 결혼이라 결혼이라 결혼이라
    부러워 죽겠다 이자식아!!!!!!

    그리고 내년 2월 일, 이야기 들었다.
    미리 축하하마~
    집들이도 한번 해야지 ^^

    • ㅎㅎㅎ
      집이 너무 누추해서 집들이 하기에도 민망하다.
      안정되어지면 집들이도 해야겠지. :)

  3. 청비검 2006/09/15 09:49

    내가 찍은 사진이 꽤 있구랴.
    아... 민망하다. 이렇게 못 찍을 수가... --;;;

    • S2Pro였던가? 스트로보 덕분에 좋은 사진이 많았다.
      땡스 원영~ 네 결혼식을 내가 찍어준 사진 보다는 몇배는 잘 나왔는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