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상반기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IT 업계의 화두는 단연 애플사의 행보이다. 특히 한국은 아이폰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바다 건너에서 연이어 전해져오는 아이패드의 대성공 및 차세대 아이폰 뉴스로 긴장의 끈을 놓을 틈이 없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뛰어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대응마를 내보내고 있지만, 성공적인 방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동의하기는 어렵다.
수치상으로 발표되는 모든 자료에서는 아이폰 또는 아이패드가 성공을 거두는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 프로세서는 국내 기업들의 최신 휴대폰에 비하면 한 수 아래임이 분명하고 디스플레이의 화질은 적어도 두 수는 아래라고 봐야 한다. 크기나 무게 역시 우수하다고 할 수 없으며 최악의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 성적표를 중시여기는 우리나라의 분위기에서는 스펙이 낮은 애플 제품들의 대성공은 마치 내신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이 명문대에 들어간 것만큼이나 부자연스럽고 진실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대입을 위한 학생들의 경쟁력은 주요 과목의 수능 성적 및 내신 등급으로 서열이 메겨진다. 수치로 나타나는 성적을 높이기 위해 사교육을 포함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인교육이라는 말은 점점 생소해져 간다.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적 향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육의 궁극적 목적과 이에 맞는 교육 과정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빠른 시간에 급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의 기업들의 경쟁력은 우리나라 교육의 거울과 같아 보인다. 아이폰과 경쟁하는 우리 제품들의 수치상 경쟁력은 이미 아이폰을 뛰어 넘었다. 하지만 교육의 레종 데테르가 더 이상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듯이 스펙상의 수치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크게 고민한 흔적은 없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지난 1월 아이패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애플 제품들의 성공 비결을 공학과 인문학의 교차로에 있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요약했다. 그 뒤로 사용자가 편하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 제품에 깊이 반영되어 있음을 구석구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애플의 개발자 문서에는 모든 제품의 개발자들에게 해당되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애플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많은 연구를 통해 사용자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정보 표현 방식 및 조작 방식 등에 대한 자세한 지침들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Mac 컴퓨터는 파일을 복사할 때 "5초 남았습니다"라는 구체적인 표현대신 "몇 초내로 끝납니다"라는 완곡한 표현이 사용자를 편하게 한다라는 권고까지도 담고 있는 세심함을 보인다. 경쟁 업체들 역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 디자인 구성 요소 구현을 위한 개발 방법론을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
수치적으로 정량화할 수 없는 인간의 감성, 그리고 그것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필요성을 충족시켜줌으로써 애플의 제품이 성공할 수 있었다. 사용자들을 이해하고, 이러한 이해를 토대로 사용자들을 위한 접근법을 개발하는 것은 이미 공학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며, 심리학, 문학, 사회학 등 다양한 인문학 분야를 아우르는 연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지난 수십년간 공학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왔으며, 이제 꿈꿔왔던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수준에 와있다. 이제 우리의 기업과 학교도 인문학을 경시하고 눈 앞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이공학만을 좇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 창출을 위해 공학과 인문학의 균형을 맞출 때가 되었다. 애플의 성공이 공학과 인문학의 교차로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인문학은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이라는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단견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중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일부 대학들까지도 학생들의 생존을 위한 취업률 높이기를 위해 취업시험과 큰 관계가 없는 인문학 교육을 줄이려고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굴지의 기업들 조차도 인문학 연구에는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이러한 우리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시원스럽게 펼쳐진 공학의 고속도로 위에 인문학과의 교차점은 너무나 멀리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노파심이 든다.
울산 제일일보 첫번째 기고문
울산 제일일보 첫번째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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