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궁

오늘도 바쁘게 주말이 돌아왔다가 가버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주말에 가장 행복한 시간은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어서 (또는 연구가 일단락 되어서) 토요일 낮에 가볍게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한 뒤에 시원한 맥주와 저녁 대신 닭을 먹으며 바둑 티비를 틀어놓고 거실 소파에 누워서 시간을 보낼 때였던 것 같습니다. 싱글 시절의 이야기지만요 :)

미국에 처음 와서 주말 마다 하는 일이 있는데, 다름 아닌 가구 조립.
완제품 가구를 파는 곳이 극히 드물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대부분이 조립 가구이기 때문에 그리고  멀쩡한 것도 만졌다하면 부서지는 물건을 만지는 재주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 집의 살림 하나를 들여놓는 일은 저에게 꽤나 스트레스가 됩니다. 특히, 워킹 테이블과 같이 복잡하고 규모있는 물건은 2박 3일로 조립을 하게 만들더군요.

사실 처음에는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조립 가구들이 이렇게 성행하는 이유가, 아니 완제품 가구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가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진원이가 안방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거실에서 아기 침대를 조립하고는 깨달았습니다.

"절대 문으로 통과할 수 없다!"

거의 좌절모드가 되어서 며칠 거실에 방치해두었다가 다시 분해하고 안방에서 조립을 한 뒤에 깨달았습니다. 덩치가 큰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집들의 문에 비해서 이곳의 문은 월등히 작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아기 침대를 사용할 때에는 거실이며 방이며 거침없이 넘나들었는데 이곳의 방문 폭은 거의 유사한 사이즈의 아기침대보다 5cm는 짧았습니다. 우리집만 그런 것인 줄 알았는데 대부분 그렇더군요. 물론 조립 가구를 사용하는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도저히 이런 집 구조에서는 책상이며 식탁이며 침대며 할 것 없이 완제품이 문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조립가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유를 알아내었습니다. 이 외에도 미국 집이 한국 집과 다른 점들은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목조건물이라는 것인데요, 집이 나무로 지어져있어서 계단이나 일부 어떤 부분은 밟았을 경우 삐걱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벽이나 바닥에 부딫쳐도 그닥 아프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termite 그리고 carpenter라 불리는 개미일족들이 집을 습격하면 집을 갉아먹어서 집이 흔적도 없이 무너져내리기도 한다는 문제가 있지요.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법적으로 집을 사고 팔려면 termite control을 했다는 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아울러 집에 termite가 발견된 경우가 있다면 집을 사고 파는데 제약 조건이 따라붙을 정도입니다. 화재가 나면 집이 흔적도 없이 불타버리는 경우도 예사인 것 같더군요.

미국의 집은 대부분 복층입니다.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인기가 좋은 단층 구조도 많고, 저소득층의 주택들도 단층이 많지만 대부분의 중산층들은 2층 이상의 집에서 살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 집을 방문해본 결과 복층의 경우 1층과 2층 또는 1층과 3층의 온도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저희 집만 해도 2층은 27도를 넘나드는데 1층은 23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2층이 좋고 여름에는 1층이 좋지요. 하지만 난방이나 냉방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TV나 엔터테인먼트 장비들은 1층에 있는데 침실과 공부방이 있어서 한 사람은 티비보고 한 사람은 공부할 때에는 누구를 기준으로 냉난방을 해야할지 애매하지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최신 주택에 설치되어 있는 방별 냉방 또는 난방 장치가 달린 집은 보지 못했습니다(빌게이츠 저택에는 그런게 있겠지요).
아울러서 어떤 일을 하거나 물건을 가질러 1,2층을 오가는 것도 생각보다 상당한 노동입니다. 처음에는 내려가는게 귀찮아서 티비도 안 봤을 정도였습니다.

아울러서, 다른 불편한 점들도 많습니다. 미국 여행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경험해봤을 화장실에 물빠지는 곳이 없어서 절대 샤워 커튼을 치고 샤워를 하지 않으면 물난리가 나는 것이라던지, 온돌이 아닌 뜨거운 공기로 난방을 하는 구조라 난방만 하면 무척 건조해진다던지 하는 문제들 역시 적응하기 어려운 점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벽을 벽지가 아니라 회칠을 해서 조금만 부딫쳐도 까맣게 벽에 상처가 나는 것도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문제이고, 온통 카펫이 깔려 있어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에도 조심해서 먹어야 하는 점들 역시 불편한 점이지요.

물론 장점도 많이 있지만 이러한 점들은 우리나라 집들이 좋다고 느끼는 부분들입니다.


Posted by eu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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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기 침대 같은 경우에는 나름 침대라, 방문을 통과할 정도로 작지는 않지. 여기도 조립식이지만, 다른 점은 아저씨가 배송와서 조립까지 해 놓고 간다는 거. ^^;; 조립해 놓고 상당히 당황하셨겠구랴..

    다른 건 몰라도 확 펼쳐진 뒷뜰(?)은 아주 좋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