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어제 학교가 잠깐 떠들썩했다.
그 이유를 네이버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학교를 방문했다.
대통령이 학교를 방문하는 일이야 2-3년에 한 번 정도 있어왔던 일이니 별반 놀라울 것은 없지만, 어제의 방문과 방문해서 발표한 이야기는 실로 실망스러웠다. 이공계인들을 위해 전주기적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평생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이공계의 문제와 그 원인을 생각한다면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일 뿐더러, 정부는 현재 상황과 문제의 원인 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으며, 시장과 역행하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 향후에도 문제점 개선은 요원하다는 것을 스스로 보이고 있다.
<이공계 위기의 정의>
이공계의 위기에 관한 인터넷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 "공고를 나와도 취직할 곳이 없다", "내가 xx대학 xx과 나왔는데 우리과에 전공 살려 취직한 사람이 반도 안된다. 이공계에 오지마라"라고 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대부분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제 이런 것이 이공계의 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인문계를 나와도 똑같이 겪는 후기자본사회에서 발생하는 잉여인력 문제와 우리나라의 학력 인플레로 인한 취업난일 뿐이지 이공계의 위기가 아니다. 진짜 이공계의 위기는 이공계라고 대표되는 연구, 개발이 가능한 수준의 엘리트 인력층이 엷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들 PKS로 불리는 3대 연구 중심 대학 출신이 국내 연구 인력의 상당수를 충원하고 있다. 90년대 말 학번까지, 즉, 현재 가장 왕성하게 연구인력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PKS 입학시에 왠만한 의대는 골라서 갈 수 있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공계를 선택하였고, 현재, 그 결과가 나타나는 30대 초반-후반을 맞이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대학진학시에 의치한으로 불리는 길을 선택했던 동료들과의 비교가 이루어지며, 현실을 뒤늦게 깨닫고 세상을 향해 신세 한탄을 하고 있다. 인터넷 덕분에 이러한 정보를 알고 있고 경제제일주의에 익숙한 지금의 고등학생들은 이제 PKS와 의대를 놓고 저울질할 때 절대 같은 선상에 두고 보지 않는다. 왠만한 의대보다도 PKS가 메리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게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공계의 위기다.
<이공계 위기의 원인>
그렇다면 이공계 위기의 원인은 결국 이공계 엘리트들에 대한 "처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대체 과거에는 처우가 어땠길래 학력고사 수석이 서울대 물리학과를 가고, 경시대회 1등은 당연히 KAIST에 오는 것으로 생각했을까? 인터넷이 없어서 이공계에 오면 안 되는 것을 몰랐을까? 이공계의 처우가 이렇게 된 것은 위에서 언급하였 듯 인터넷으로 인해 정보의 마찰이 없어진 것이 하나의 이유이며 경제구조가 크게 바뀐 것이 다른 이유이다.
정보가 빠르고 넓게 퍼짐으로 인해 엔지니어들의 현실적인 삶을 대학 진학 예정자들이 적나라하게 파악하게 된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경제구조가 바뀐 것은 무엇일까?
과거 60년대에서 90년대까지 우리나라를 지탱해온 산업은 2차 산업, 즉 제조업이다. 물론 제조업의 범위는 매우 넓어 저부가가치에서 시작하여 고부가가치 산업까지 다양하며 그에 따라 엘리트 연구인력의 필요성 역시 크게 달라지게 된다. 일례로 제조업 중 최고의 부가가치를 갖는 산업으로는 반도체가 있으며 반도체의 경쟁력은 연구인력의 질과 양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제조업은 본질적으로 개발과 생산에서 많은 인력, 특히 개발 단계에서 고도의 교육을 받은 연구 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점점 고부가가치화 되었으며 규모 자체도 급격하게 성장하여 공급되는 엔지니어들을 모두 흡수할 여력이 충분하였다. 시장에서 인력의 수요가 풍족하면 자연히 대우 역시 좋아지게 마련이다. 결국,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 및 변화는 엔지니어에게 비옥한 토양이 되었으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학들이 공급하는 엔지니어의 양도 점점 증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의 경제 역시 후기 자본 사회의 특징을 빠르고 강하게 갖게 되었다. 중국, 인도를 포함하여 제3세계에서 제조업이 성장하며 제조업 경쟁력을 하나씩 잃어가고 있으며 자동화 정보화를 통해 인력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었다. 예컨데 한 때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였던 냉장고, 세탁기 등의 백색가전은 지금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백색가전을 포기한 상태나 다름 없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섬유나 기계 부품 같이 큰 기술적 기반이 필요하지 않은 산업은 우리나라에서 사라져가고 있으며 결국 남은 산업은 강력한 연구/생산 파워가 필요한 반도체, 자동차, 신소재 산업 등이다. 결국 엔지니어의 고용주 역시 일부의 강력한 거대 기업으로 재편된 것이다. 요약하면, 경제 구조의 변화로 인해 오히려 연구 인력의 수요는 줄어들면서 고용주의 파워가 강화되게 되었다.
만약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산업이 몰락하고 거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재편되어 모든 노동자들의 처우가 떨어졌다면 이공계를 기파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기파한다는 것은 그것을 피해 다른 곳을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성적이 우수한 고등학생들이 이공계를 대신해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그 답은 널리 알려져있듯이 의치약한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의치약한은 인기를 더해가는지 생각해보자. 전술하였듯이 제조업이 소수의 거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었다면 의료 및 연예를 포함한 서비스업은 다원화, 다각화, 세계화되는 변화를 맞게 되었다. 특히, 의약분업 등의 사회 시스템 변화를 통해 의사의 수입이 증가하는 계기가 있었다.
<이공계의 위기는 과연 누구에게 위기인가?>
혹자는 제조업은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에서 애국적인 역할을 하며, 의사가 되는 것은 순수하게 내수 서비스업이므로 엘리트가 의사가 되는 것은 낭비다라고 한다. 또한, 앞으로 의사의 숫자가 계속 증가하므로 의사의 전망이 썩 좋지 않다고 한다. 사실일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주춧돌인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규칙이나 법칙이 아니며 언젠가는 변할 수 있다. 그 변화의 핵심에 의료서비스가 포함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의료산업도 지금처럼 최고의 브레인들이 모인다면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문화산업처럼 아시아의 고급의료 시장을 한국이 석권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교통,통신의 발달로 성형수술, 난치병치료, 미용 및 보건 트리트먼트 등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적으로는 이공계의 몰락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나의 생각은 그렇다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공계 위기가 마치 큰일인 것처럼 난리 법석을 피우는 정부, 언론은 무엇 때문인가를 생각해보자. 탐정 소설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은 동기가 있는 사람들이다. 마찬가지로, 이공계에 우수한 학생이 오지 않는다면 손해볼 사람들은 누구인가? 일단 지금 이공계에 몸담고 있는 연구인력들은 손해가 없다. 그 사람들은 이공계의 위기로 손해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구조의 변화로 인해 갈곳이 없어서 또 다른 위기를 겪고 있다. 그렇다면 이공계로 진입하는 고등학생들이 위기인가? 그렇지 않다. 그들은 현재 상황을 잘 알지만 성적이나 경제적인 문제 또는 개인적인 취향 등 여러가지 이유로 자발적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가장 큰 손해는 전통적인 제조업 기업들이다. 또한, 기업들이 나라를 받쳐주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정부 그리고 정치조직들 역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언론 역시 친기업적인 성향이 있으므로 이공계의 위기를 부르짖는다.
또하나의 사회기득권층인 학교의 입장에서도 이공계 위기는 걱정거리일 것이다. 학교 재단 및 교수들은 대학원으로 유입되는 인력의 감소 그리고 우수한 인재들의 국외이탈로 인해 재정이나 질적 수준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개인 입장에서 보면 이공계의 위기는 그닥 심각한 위기는 아니다. 장기적으로 고급 연구인력의 감소가 연구비의 더 많은 지출을 가져오게 되고 이로 인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면 개인까지 그 여파가 미칠 수 있지만, 그 와중에 국가의 경제는 다른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다.
<이공계 위기와 우리나라의 미래>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이공계 위기의 가장 쉬운 해결책은 이공계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이것에 대한 답은 아무도 모른다. 어차피 IT를 포함하여 제조업이 경쟁우위를 잃는다면 차라리 문화, 의료 등의 서비스 중심적인 경제구조로 바꾸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리스크를 맞이하려는 지도자가 있을까? 또한, 서비스 산업에 비해 제조업이 규모와 고용 창출면에서 압도적으로 대규모라는 것 역시 인력이 넘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공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경쟁력 유지를 위해 이공계의 우수 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답은 간단하다. 우수 인력이 의대가 아닌 이공계에 와도 평생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람들은 현재가 어두운 것은 참아도 미래가 어두운 것은 참지 못한다. 신분 상승의 기회가 제한되거나 성공을 해도 별볼일 없다는 것이 이공계 유입을 막는 가장 큰 이유다.
정부는 장학금 따위의 미끼로 유인한 뒤에 의무복무 등으로 옭아메는 구시대적인 발상을 버려야 한다. 요즘 똑똑한 고등학생들은 그러한 미끼를 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이공계 연구인력의 성공에 대한 롤모델을 양산해야 한다. 의대와 PKS를 선택할 정도의 학생들이라면 야망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야망을 자극해야 한다. 벤쳐기업들에 대한 보호와 국내 시장에 남아 있을 경우 대기업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 대해 강력한 협조를 해주어서 뛰어난 이공계 인력은 엄청난 대박의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만들어야 하고 알려야 한다.
희망이 없는 민중은 혁명을 한다. 희망이 없는 엔지니어는 신분상승을 꿈꾸며 의치약한으로 몰리고 있다. 희망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어떤 대학 총장처럼 과학고에 들어오면 돈을 주어서 이공계가 아닌 다른 곳으로 못가게 구속해야 한다는 쓰레기 같은 발상은 오히려 이공계는 노예 양성소라는 공식만을 분명하게 할 뿐이다.
<모든 구성원들이 시장원리에 입각한 솔루션을 택하자>
이공계인도 현재의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해야한다. 자신이 이 정도의 대우를 받을 사람이 아니라고 믿는다면, 현재의 상황에 분노한다면, 좋은 대우를 찾아 떠나자. 기업만이 세계화되어 세계시장에서 싸우는 것만은 아니다. 만약 중국, 인도의 최고 엔지니어와 세계에서 경쟁해 이길 자신이 있다면 미국을 비롯해서 엔지니어로서 진검승부를 벌일 수 있는 국제인력시장으로 나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지역적인 거리로 인해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적, 경제적인 제약은 예전에 비해 점점 약해지고 있다.
특히, 인도 중국의 탑엔지니어들이 한국의 연구직 자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이상 우리나라의 엔지니어 역시 더 넓은 시장으로 향하지 않는다면 지금 받는 대우 조차도 못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쟁은 점점 규제의 장벽 없이 국제화되고 있으며 이는 기업간이 아닌 개인간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인도/중국 엔지니어에게 밀려 취업이 안되고 한국에서 연구원으로 남아야 한다면 그 사람의 가치는 그것이다. 그쯤되면 불평할 여지도 많이 줄어든다.
우리나라 이공계의 미래가 어둡다면 해외로 눈을 돌리자. 앞으로도 계속 어둡다면 나가서 들어오지 말자. 이공계의 처우가 나쁘다는 것은 시장 원리에 따라 지금 우수한 이공계 인력이 남아돈다는 뜻이다. 다른 국민들은 이공계의 처우가 나빠서 나가는 사람들을 비난하지 말자. 지금 남아돌고 있는 상황이지 않나? 연구인력이 소중한 상황이고 중요한 상황이라면 대우가 지금과 같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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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도 그 '맵'을 보고서는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끝부분이 마음에 드는구나. 나 역시 요새는 우리나라에 꼭 있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구글 R&D 코리아가 내세우는 주 목표가 현지의 우수한 CS 인력을 찾는 것이라던데 그런 마인드가 있는 회사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거 아니겠어? 심지어 그렇게 우리나라까지 찾아와주기도 하잖아. 어떤 대우를 해줄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외국계 기업들이 우리나라 R&D 세우는 것을 보면 연구인력 수출이 눈앞에 와있는 것 같다.
듀퐁도 KIST에 RND센터 세웠지.
나도 국내에서 살 생각 없다.
엄청난 지원금으로 이공계 인력을 키우고는 알짜베기들을 해외에 갖다 바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이것은 정말 낭비다. 죽써숴 개준다는 속담이 생각나지. 죽을 쑤지 말자는게 아니라 같은 돈으로 먹을만큼만 더 맛나게 쒀서 딱 먹어치우자는 이야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