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에서 명인이 한다는 스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워낙 소문을 많이 들어온 곳이라 염불보다는 잿밥이라는 속담대로 모임의 목적 보다는 얼마나 맛있는 스시를 만드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다.
좋은 재료를 써서 내왔지만 다른 곳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시들이었고, 입안에 넣었을 때 회에 비해 밥의 양이 부족하여 허전함이 느껴졌다. 고급 스시집이라고 소문난 곳에서 회를 아끼지 않음을 보이려고 하다가 쉽게 저지르는 실수이다. 만약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음식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식당을 나서면서 갑자기 오래 전에 미국에서 가봤던 어떤 스시집이 생각났다.
미국 동부 내륙에서는 수요가 많지 않기에 신선한 참치 등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좋은 스시집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냉동 참치를 해동해서 사용한다. 아무리 잘 해동해도 냉동 참치는 약간의 비린 감을 지울 수 없다.
평소 미국에서 먹을 때마다 느꼈던 예의 그 느낌을 기대하며 참치스시를 입안에 넣었을 때, 비린내가 느껴지지 않고 상쾌한 느낌이 들어 깜짝 놀랐다. 자세한 비밀을 물어볼 순 없었지만 참치회의 표면에 감귤류의 즙과 와사비를 엷게 바른 듯한 느낌이 났다. 비릿한 해동 참치의 느낌을 지우기 위한 비책인 듯 생각되었다. 그 외에도 그 집에서는 현지의 야채와 생선들을 재밌게 활용하여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오징어 물회에 얼음 덩어리를 넣어주는 것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별로 화려하지 않은 어떤 가게에서 얼음을 칼로 채를 썰어 얼음 채를 넣어주는 것을 보았다. 얼음이 물과 닿는 표면적을 넓혀 짧은 시간에 얼음의 냉기가 물로 스며들도록 하고, 입안에도 쉽게 녹아 차가운 느낌을 더욱 강하게 주기 위함이란다.
루이비통은 파리에서 여행용 트렁크 제조로 사업을 시작했다. 루이비통의 단순하면서도 다소 투박했던 디자인이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그것이 아름다웠을 뿐만 아니라 평탄한 표면의 직육면체 디자인을 처음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트렁크의 겉 표면을 둥글게 디자인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루이비통은 마차 여행이 대중화 되면서 직육면체 구조를 통해 마차의 실내에 더 많은 짐을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도록 디자인을 하여 인기를 끌었다.
우리는 명품과 같은 재료, 같은 방법으로 만든 물건을 짝퉁이라 부르고 멸시한다. 겉에서 보기에 아무런 차이가 없어도 절대 그것은 진품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콜럼버스의 달갈처럼, 새로운 시도들을 보고 흉내내는 것은 쉽다. 하지만 짝퉁에는 진품에만 있는 ‘왜 그런 시도를 했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절박한 이유와 깊은 고뇌가 담겨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짝퉁들은 겉모습만 비슷할 뿐, 사람들의 필요에 딱 들어맞지 않고 어긋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철학이 깃들어 있지 않다면 트뤼프 소스로 맛을 낸 푸아그라도 어딘가 아쉬운 짝퉁이 될 것이고, 요리사의 고민과 노력이 깃들어 있다면 오징어 물회이든, 중국집 자장면이든 능히 먹는 사람에게 기쁨을 전할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잊지 않고, 그 목적을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생각해낼 때, 그 결과물은 다른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감을 주는 창조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비록 작은 차이일지라도 철학이 깃든 창조물에 감탄하고 즐거워하고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창조를 해내는 사람들을 장인, 명인, 예술가 등으로 칭송하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유명했던 명인은 없었고, 백화점 명품 매장부터 시작된 명품도 없었다. 지금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이 무엇이든 타성 젖은 방법에서 벗어나, 일에 대한 애정과 더 나아지기 위한 치열한 고민으로 자신의 철학이 녹아든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해낸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명품의 반열에 오를 것이고, 자신은 명인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 울산제일일보 세번째 기고문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