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4년도에 시작되었던 지하철 1호선이 결국 지난 3월 29일 3000회 공연을 맞이하였습니다. 아마도 국내 최장수 뮤지컬이라 생각되는군요.

<폴커 루드비히와 김민기>
지하철 1호선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원정 공연을 하였는데 그 중 독일 공연 때 김민기와 루드비히는 몇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루드비히는 한국식으로 각색한 지하철 1호선에 상당히 만족하였다고도 합니다. 실제로 이번 3000회 공연을 맞아 루드비히가 한국을 방문하여 김민기씨와 다정하게 웃고 있는 사진들이 여러 신문을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특히 청량리 588에서 일하는 창녀인 걸레, 포주인 철수, 그리고 걸레가 사랑하는 운동권 청년인 안경 등이 주된 스토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아, 철수의 경우 제가 처음 보았던 1997년 버젼에서는 지금은 유명한 설경구씨가 역을 맡았습니다. :) 그 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나옵니다.
결국 선녀는 제비에게 버림을 받고 중국으로 돌아가고 그 와중에 걸레는 자신의 인생을 비관하여 자살하는 등의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걸레의 부탁을 받고 선녀를 돌봐주기로 한 안경이 선녀의 손을 잡고 퇴장하는 장면에서 어렵지만 가녀린 희망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1997년에 볼 때에는 제가 피끓는 어린 대학생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군사 정권이 끝난지 몇년 되지 않은 시점이라 그랬는지 지하철 1호선의 배경과 스토리가 상당히 공감이 가고 "정권만 바뀌지 않았어도~"라고 하는 노점상 단속반의 엄포와 같은 대사들이 와닿았습니다. 또한, 배우들의 수준 역시 높고 함께 공연한 기간 역시 길었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006년에 다시 본 지하철 1호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부분이 바뀌었더군요. 일단 배우들의 얼굴들부터 일부 대사, 그리고 음악 등도 약간씩 바뀐 부분이 보입니다. 하지만 기본 골격은 그대로 갖추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지하철 1호선을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이게 하더군요. 예컨데 정권 바뀌기 전에는...이라는 대사는 이상하지 않습니까? 정권 바뀌기 전이라... 김대중 정권? 그렇게 심하지 않았었는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그리고 588도 요즘은 많이 정화되었다고 하던데 그것 역시 곧 과거의 유물처럼 보일텐데요...
아무래도 지하철 1호선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힘들어질 듯합니다.
특히나 뮤지컬 관객 중 감수성이 가장 예민할 고등학생, 대학생들의 경우 군사정권 밑에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그 엉뚱하고 살벌한 분위기를 느껴보지 못했으니 더더군다나 다른 나라 이야기로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어색함을 두시간이 넘도록 마음껏 즐기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지하철 1호선의 내용이 어색하게 보이면 보일수록 우리 나라는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 말입니다. 이런 생각 덕분에 배우들의 수준이 예전만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웠지만 내용이 어색하다는 점은 그다지 기분 나쁘게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어찌되었건 지하철 1호선의 3000회 공연은 축하할만하고 아직 보시지 못한 분은 시간이 더 흘러서 구시대의 유물이 되기 전에 어서 가서 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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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글 쓰는 스타일이.. 무언가 바뀐듯 하오.
읽기 편한 문체로 바꾸어보았오~